"장사를 밥벌이로 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 자체가 뭔가를 파는 일이다. 누구나 날마다 가족, 친구, 고용주에게 뭐든 팔면서 산다. 자식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다는 믿음을 파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세일즈맨의 이야기는 우리 삶을 관통하는 인문학이기도 하다."

나는 은근 이런 세상의 이치를 꽤 일찍 깨달았다고나할까. 대학공부보다 동대문에서 옷 파는 일을 익히고 싶었던 건 아마 책에 코박고 학점 얻는 일보다 장사를 배우는게 더 깡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내가 했던 일 중에 부모님이 유일하게 '일이라고' 인정해준 알바가 동대문에서 옷을 팔던 일이었고. 그러니까 내 눈에는 동대문에서 자기 가게 열어 장사하는 20대들이 딱히 한국에서 무엇을 하기보다는 조건에 맞춰 그대로 미국 유학 가는 선배들보다 더 대단해보였다.

출판사에서 책 가지고 홍보를 하다보니 결국 '파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MD를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엠디를 하면서 (사실 책을 파는 일은 생각과는 좀 다르더라) 광고 영업이라는 걸 하면서 소위 '할당된 목표 금액'에 맞춰 적지 않은 금액을 채우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아 나는 망해도 어디가서든 뭐든 해서 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때 일은 쇼핑몰의 상품 수급 관리자라기보다는 (출판사에 있던 내 입장에서는) 꼭 보험회사 영업직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그룹 단위의 매 회의에서는 실적 좋은 직원들에게는 박수를 쳐주고... 일 단위로 광고 수주 금액을 보고하는 등의 분위기도 있었다.)

'산다는 건 나를 파는 것, 즉 세일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파는 기술'은 곧 '살아가는 기술'을 의미한다. 몸으로 배운 기술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밑천이 된다. 팔게 나 뿐이라는 걸 자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잘 판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강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살아남는 자질을 가졌다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말이다.



장사의 시대

저자
필립 델브스 브러턴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3-02-2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장사는 설득이고 유혹이다!마케팅 원론에는 없는 세일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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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고를 처음 읽고 들었던 느낌이 뭐였냐면, 보다시피 '궁금하면 해보는 저자'의 성향에 감탄을 해서 '와!' 라고 외쳤고, 두번째로는 진짜 '공감했고' 세번째로 '정말 재밌다'고 생각했다. 직접 체험해서 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긍정의 배신>을 비롯한 배신 시리즈를 쓴 바바라 에런라이크 같은 사람들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하버드 MBA가 궁금해 입시를 준비해 정말 합격을 했고, 하버드 MBA의 생활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나름 베셀이라고 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거기서 출발한다. 하버드 MBA를 갔는데... 얼레? 세일즈를 안 가르치네?

요즘 내 주변을 보면, 까놓고 말해 스카이를 나와도 일반 기업에 '영업직'으로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 마케팅 수업을 들었어도 마케팅 직무에는 쓸모가 없는데, '영업팀'이 아니어도 말단들이 하는 많은 일은 '유사 영업'이 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선배들이 주로 추천하는 책들이 마케팅에 관한 경제경영서들이다. 좋은 원론적인 개론서들이 많지. 많은데, 솔직히 별 쓸모가 없다. 왜냐면 우리가 '원론'을 배운다고 '전략을 수립할 위치'에 있는게 아니니까. 이런거 잘하는 애들은 이미 다 사업기획팀이니 경영전략팀이니 하는 곳에 가 있다. 인사이트를 넓힐수록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고 시야는 바뀌어도 적용할 필드가 없다. 안 그런 직장 있나? 내 말 틀렸나?

한편 나와 또다른 나이대의 분들은 회사원으로만 살다가 은퇴해 자영업을 해야하는 현실에 부딪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쓸모'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것도 흥미로운데 막상 '영업 기술'을 배우려고 하면, 볼만한 책이 없다. 알다시피 이 쪽 시장의 책들은 '수준있는 대졸 이상의 독자'들이 읽기에는 성공담과 사짜들로 점철된 B급 시장도서가 많다. '영업 기술'이 들어간 책들 말이다.


결국 '비즈니스의 일부로 세일즈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판매의 스킬을 전수하는 재밌는 책' 이 책의 정체는 바로 이거다. 직장인 여러분,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싶은 분들, 그리고 나는 무엇을 팔 수 있나... 를 생각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강추.


+ 그나저나 갈수록 '체험형 저자'들의 글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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