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세 번째로 들고자 하는 것은 앞의 둘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공공 영역'이 크게 왜곡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공공 영역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소멸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공공 영역은 '경제'의 세계 이상으로 '정치'의 세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민주적인 사회에서 사람들은 공공영역에서 논의하여 의견을 집약하고 정당이 그것을 매개하면 국민 전체의 의사가 된다고 상정해 왔습니다.

그런데 직접 접근형 사회가 되어 개인이 익명으로 직접 공적인 공간에 접근하게 되면, 극단적으로 말해 정당의 역할이나 존재 가치가 점점 작아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85쪽)


저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 자살에 실패한 사람 등 어려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대의 병리로 취급하지 않고, 자기 실현에 실패한 평범한 사람의 무리로 보지 않고,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이라며 잘라 버리지도 않고, 그들을 닥치는 대로 자기다움의 탐구로 내모는 현실을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젊은이의 패션을 예로 들었듯이, 소비사회에서 진짜 찾기의 바람이 소비자 단계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대우좌한 것이 패션입니다. 사람은 몸에 두른 것으로 타인과 다른 자기다움을 어필하려고 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이 진짜 찾기 문화에서 떠오른 것은 남과는 다른 '자기다움'을 찾고자 하는 바람은 절대 '자신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자신만의 나르시시즘적 세계에 빠진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좋다!'라고 평가해 주지 않으면 진짜를 어필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93쪽)


그에 비하면 1968년의 젊은이들은 그다지 막다른 지경에 몰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학생 바란은 일본이 고도성장기를 거쳐 일찍이 없던 풍요를 손에 넣었을 때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풍요로운데 왜?'하고 묻고 싶어집니다만, 이는 물음 자체가 전도된 것입니다. 그 운동은 풍요로워서 일어난 것입니다. 풍요롭기 때문에 그들은 과민하게 '진짜'를 찾았던 것입니다.

쇠파이프를 들고 헬멧을 쓰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토의했던 학생들은 빈부 격차나 실업에 분노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부모에게 학비를 받아 학창 생활을 즐겼던, 지금의 시선응로 보면 꽤 괜찮은 신분의 학생들이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먹고사는 데 곤란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의 저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데서 오는 핸디캡과 울적함으로 고민의 밑바닥에 있었으므로 다소 각성된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차치한다고 해도 저는 학생 반란과는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반신은 미국 문화에 푹 담그고 있으면서도 머리로만 혁명을 부르짖는 학생들. 얼마 후 그들은 썰물 빠지듯 물러나 그토록 비판해 마지않았던 사회로 살길을 찾아 흐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도카니 남겨진 것처럼 당시의 저는 직장도 잡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대학원에 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101쪽) 




살아야 하는 이유

저자
강상중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12-11-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고통을 껴안아라! 더 큰 삶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민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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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ory Burch Flats 2013.04.28 1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을